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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일우는 ‘자격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스물여섯의 평범한 정일우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려간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건 그의 성실함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사각거리는 얼음 조각을 한 입 깨물며 그가 말했다. “지금, 뉴욕에 있는 지금이 몹시 행복합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민경 포토그래퍼 이영진
체크 셔츠 비비안 웨스트우드. 벨트 MCM. 어깨에 두른 니트 엠비오.
블루 페이스의 알사스 메탈 워치 루이까또즈. 팬츠, 선글라스 모두 본인 소장품. 페도라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펀칭 디테일의 레더 블루종 닐바렛. 스터드 장식의 데님 팬츠 디스퀘어드2.
스터드 장식의 혼슈 탄트리스 메신저 백 MCM. 앵클부츠 본인 소장품.
블랙 슈트 디올 옴므. 티셔츠 본인 소장품. 스니커즈, 페도라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하학적인 패턴의 팬츠, 노트북까지 넣을 수 있는 투 톤 사파리 토트백 모두 MCM. 머스터드 컬러 니트, 슈즈 모두 본인 소장품.
도트 패턴 니트, 클러치로 활용 가능한 빈티지 아담 브리프케이스 모두 MCM. 블랙 시가렛 팬츠 존 갈리아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버튼 디테일의 미디 팬츠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더 라인으로 포인트를 살린 오렌지 컬러 사파리 배낭 MCM. 티셔츠, 슈즈 모두 본인 소장품.
밀리터리 패턴의 니트 카디건 존 로렌스 설리반 by 퍼블리시드. 셔츠 닐바렛. 팬츠 존 갈리아노.
클래식한 레더 스트랩 알사스 워치 루이까또즈. 골드 프레임이 세련된 보잉 선글라스(CARRERA15/F/S 27M JD) 까레라 by 사필로.
숄더와 토트로 둘 다 사용 가능한 블루 컬러 어반 스타일러 백 MCM.
메시 스타일의 오픈형 셔츠, 카키 톱 모두 돌체앤가바나. 블랙 팬츠 디올 옴므.
블랙 보잉 선글라스(CARRERA27/F/S T2I VK) 까레라 by 사필로.
화이트 도트 셔츠 쏘이 by 퍼블리시드. 블랙 슈트 디올 옴므. 펀칭 디테일이 가미된 Faas300 옐로 스니커즈 푸마.
지퍼 이음새의 스터드 장식이 돋보이는 블루 스타크 백팩 MCM.
뉴욕 미트패킹의 한적한 카페. 그간의 정일우를 떠올리지 못할 만큼 뉴욕에서의 일주일은 기묘할 정도로 이성을 접어둔, 나른하게 풀어진 모습이었다. 배우 정일우에서 배우를 뺄셈하고 평범한 스물여섯의 일상을 덧셈한, 순도 100%의 ‘그냥 정일우’. “지금은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머리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중이에요. 연기, 배우, 사람들의 시선, 작품, 양명 같은…. 그냥 ‘저’이고 싶어요.”
드라마 <꽃미남 라면 가게>와 <해를 품은 달>로 한꺼번에 여러 가지 감정을 끌어안고 달려온 몇 달. 마모된 감정을 되살려내기엔 뉴욕에서의 일주일도 부족해 보였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새로운 것을 담아내려는 정일우의 모습은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배역을 품고 있었어요. 쉽게 보내주는 것이 미안하고 마음 아프고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비워내고 보내주지 않으면, 다음 친구를 만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요.” 그렇지만 온전히 비워낸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다. 촬영 중간에도 지나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면, 마음에 품었던 대사와 그때의 감정들을 실전처럼 꺼내놓았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연기해 낸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큼은 쿨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주문한 아이스커피의 얼음이 살살 녹아내릴 즈음, 지나가던 금발의 여자 두 명이 인사를 건넸다. 인터넷으로 <꽃미남 라면 가게>에 빠져든 그녀들은 전공을 필기한 노트 앞바닥에 기어이 한글로 ‘정일우’ 이름 석 자를 새겨 넣은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중에도, 소호 거리를 거닐며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는 중에도 ‘그냥 정일우’이기 어려웠던 시간들. 대만,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팬들을 넘어 이젠 인터넷과 트위터로 친구가 된 브라질, 미국, 프랑스 팬들까지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모든 이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는데, 전 피할 마음도 즐길 마음도 없어요. ‘정일우’를 응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피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유유자적 즐기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죠. 그냥 감사해요, 고개 숙여지고. 분명히 저를 좋아하게 된 건 작품을 통해서였을 텐데 실제의 제가, 제 행동이 그 마음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생각하게 되니까 카메라 밖에서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죠. 팬들은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예요. 하하.” 이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매번 촬영 때마다 보여지는 인터뷰이로서의 정일우의 일관된 매너는 수없이 마주하는 스타 중에서도 유독 손꼽히게 괜찮은 배우로 기억되게 만든다. “부딪쳐야만 아는 일이 있는데, 제 경우엔 사람이 그래요. 물론 작품도 그렇고 배역도 그렇지만, 이 모든 게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기대와 배려, 믿음, 신뢰 같은 것들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만남을 이어가지만 항상 해피 엔딩이 주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렸을 땐 마음을 많이 다쳤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굳은살이 박여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고 있어요.” 단지 스물여섯의 남자가 털어놓기에는 세상에 대해 참으로 달관한 모습이다. 눈썹까지 파르르 떨어가며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 젖힐 때는 철없는 막냇동생 같은 모습인데, 작품이나 연기 혹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사뭇 진지하다. 물론 그런 두 가지 양면성 때문에 사랑까지 앙탈부리는 차치수와 사랑만으로 목숨을 내어놓는 양명을 연기할 수 있었겠지만.
일행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모마 갤러리를 둘러볼 때도 정일우는 이 두 가지 모습 사이를 왕복했다. 앙리 마티스나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마주하며 5분이 넘게 서 있는가 하면, 앤디 워홀이나 요시모토 나라의 작품 앞에선 밝게 웃으며 휴대폰에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베를린 여행을 손꼽는데, 어느 곳을 가든 작은 갤러리가 많아서 좋았어요. 음식도 너무 맛있었고. 아, 제가 요리에 관심이 좀 많아요. 웬만한 요리는 혼자 해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 정확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제 식으로 제 입맛에 맞게 해먹는데 먹어본 사람들은 다 맛있다고 해요. 가끔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연기 이외에 정일우의 에디션을 하나쯤 늘린다면 그건 요리나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중에도 항상 처음 뱉는 말은 ‘한국식으로 만들면 어떨까?’였다. 어머니와 누나의 영향 때문인지 전통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한국식으로 해석하는 것에 유독 적극적인 모습.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제나 종착지는 의외의 곳에 도달하는데, 대부분은 나이답지 않은 무게감이다. “깃털처럼 가벼울 때도 있어요. 이렇게 내가 ‘깨방정’을 떠는가 싶을 만큼. 하하. 다소 걱정될 정도로 생각이 똬리를 틀 때도 있죠. 그럴 땐 심연의 순간까지 파고들거든요.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의도적으로 저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하진 않아요. 깃털 일우도, 진지 일우도 모두 제 모습이니까.” 사람은 절대로 양분화될 수 없지만, 뉴욕에서의 정일우는 확실히 이성적인 뇌보다는 감성적인 뇌가 더 활발히 활동하는 타입처럼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 넘치는 감성은 분명 마음을 다칠 수 있지만, 감정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 배우로 살 거라면 지금의 정일우가 그리 나쁜 결과를 내진 않을 것이다. 정일우 자신도 그걸 알고 있는 듯하다.
스타일리스트 권은정 헤어 & 메이크업 홍현정 로케이션 코디네이터 moon
문의 MCM·퍼블리시드·엠비오·세인트 제임스 02-3446-7725, 루이까또즈 02-2250-9535, 돌체앤가바나 02-3444-0077, 닐바렛 02-517-8533, 디올 옴므 02-513-3232, 푸마 02-514-2137, 사필로 02-2017-3765, 비비안 웨스트우드 02-543-1790, 디스퀘어드2 02-3440-1195, 존갈리아노 02-6905-3392